손자와 스마트폰
저녁 무렵 폰이 울린다
서재에 있는 폰을 열어보니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인데 이름이 없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받아보다
아닌게 아니라 어떤 어린애가 할아버지 한다
‘대뜸 누구에게 걸었니’ 하니
머뭇거리는 목소리
누가 전화를 달라하더니
‘아버님 손자 폰이예요’ 며느리 목소리
사연인즉 손자가 스마트폰을 갖게 되었단다
그래 축하한다
잘 쓰고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 아빠에게 바로 전화해
참새가 인간인지 아닌지를 안단다
스마트폰을 보면 인간이고 안보면 아니란다
이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포노 사피엔스라더니
교회 봉사를 다녀온 아내에게
손자 폰이 생겼다고 하니
그래도 모르는 번호가 떠서 안받았다더니
반가운 맘에 전화를 걸더니
이것 저것 주문한다
그러더니 손자가 이번주 토요일 오는데
주문이 많다
등갈비에다 탕수육에다 주먹밥에다
아내의 숙제가 커지다
손자에게 주어진 폰
유용하게 잘 사용하길 바란다
못쓰게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지만 이젠
2023.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