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나의 일상

아! 목련

등경 2020. 3. 27. 08:21

 

 

 

 

 

 

 

 

 

 

 

 

 

 

 

 

 

 

아! 목련

 

목련은 이른 봄에 피는 꽃이다. 이월 말이면 꽃봉우리를 맺었다가 꽃을 피운다. 우중충한 긴 겨울을 빠져 나오면서 갑자기 하얀 꽃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어 너무 눈이 부셔 목련꽃의 순백함과 화사함에 눈이 시리다.

 

목련이라는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마음이 울렁인다. 목련은 미래보다는 머언 과거에 있는 듯 하다. 목련은 켜켜이 쌓여 있는 추억의 창고에서 어딘지 모르는 데서 불현듯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이 이어지게 한다.

 

요즘 목련은 아파트 주위에서 많이 본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목련은 없는데 옆 아파트는 목련이 많다, 지난번 아들이 사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아파트에도 목련이 잘 피어 있어 폰으로 몇장 찍다.

 

코로나로 모든 일상이 멈춰 버린지 오래다. 목련이 언제 피었는지도 지는지도 모르게 보낸 세월이다. 올해는 목련을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비가 내려 건지산을 갈까 말까하다 오른 건지산이다. 비가 오니 산책하는 사람은 적다. 비가 내리니 마음도 차분하다.

 

산을 다 내려 와서 내 눈이 번쩍 뜨이는 곳이 있다. 겨울도 아닌데 바닥이 온통 하얗다. 눈이 내려 쌓여 있는 거 같다. 나도 모르는 곳에 목련밭이 있었다.

 

다가가니 목련꽃이 함박눈 처럼 쏟아진다. 산속이라 어두워서 나무가 목련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좀 더 떨어진 데도 목련 천지이다. 비에 우수수 떨어진 목련잎이 온 산을 하얗게 뒤덮다. 잘 핀 목련꽃을 많이 본게 아니라 비바람에 떨어진 목련 꽃잎을 이리 많이 본 적이 없다.

 

내려 오면서 옛날 소년 시절에 불렀던 사월의 노래를 떠올리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2020. 3. 27

'나의 이야기 > 나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낀 오송지  (0) 2020.04.09
길었던 하루  (0) 2020.04.04
왜가리 날다  (0) 2020.03.26
곤줄박이?  (0) 2020.03.25
멧비둘기  (0)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