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루꼬로, 꾸루르르, 아우아오이~ 아우아오이~
방에 앉자마자
큰 손자 책을 가지고와 읽어 달란다
첫 번째 책
어른 고래가 되면
안녕, 나는 아기 혹등고래야,
이렇게 커다란데 무슨 아기냐고?
난 다른 물고기들보다는 크지만…
꾸루꼬로, 꾸루르르, 아우아오이~ 아우아오이~
내가 자라서 어른 고래가 되면
멋지게 노래를 부를 거야.
파도가 내 노래를 멀리멀리 전해 주겠지?
두번째 책
마음대로 척척, 카멜레온!
안녕? 나는 카멜레온이야.
우리 카멜레온들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척척.
척척 잘하지,
어디 한번 볼래?
몸 색깔을 마음대로 척척!
이 색 저 색 마음대로 휙휙!
초록 숲에서는 초록.
세 번째 책
강물따라 연어따라
바닷속의 연어들이 단풍이라도 든 것처럼
울긋불긋 지금 강으로 돌아가는 중이에요.
강은 연어들이 태어난 고향이지요!
이 세찬 물살의 끝은
높다란 폭포로 가로막혀 있어요.
폭포 너머에 바로 고향이 있지요,
연어들은 높이, 더 높이,
힘차게, 아주 힘차게
솟구쳐 올라요.
네번째 책
와글와글 시끌시끌 공룡 세상
아주아주 먼 옛날,
크고 작은 공룡들이 살던 지구예요.
와글와글 시끌시끌
공룡 시대로 떠나 볼까요?
쥐라기의 공룡들, 모여라!
신타르수스
딜로포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힙실로포돈
파라사우롤로푸스
안킬로사우루스
파키케팔로사우루스
여기쯤 와선 나도 읽기가 힘들어진다
백악기의 공룡들, 모여라!
티라노사우루스
이구아노돈
트리케라톱스
콤프소그나루스
알로사우루스
스켈리도사우루스
켄트로사우루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커다란 운석이 지구와 쿵!
시커먼 먼지와 재가 하늘을 뒤덮자,
식물이 말라 죽고,
식물을 먹던 초식 공룡이 죽어 갔어요.
초식 공룡을 먹던 육식 공룡을 먹던 공룡이 죽어 갔어요.
그렇게 공룡은 지구에서 사라져 버렸답니다.
코로나로 힘든 세상
마스크 쓰고 읽어주었지만
나도 손자 따라 많이 배웠네~~
연어들은 높이, 더 높이,
힘차게, 아주 힘차게
솟구쳐 올라요.
우리도 연어처럼
높이 힘차게 솟구쳐 올랐으면
2020.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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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마자 큰 손자 책을 가지고 읽어 달라고 한다. 한 권, 두 권, 네권 째다. 큰 손자가 나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사이 작은 손자는 주위를 빙빙 돈다. 큰 손자에 치어서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나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해 안쓰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