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아 수목원
현직에 있었을 때는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였다. 퇴직 후에는 예측 불가할 정도로 늘 가변적이다. 그러나 퇴직 후 1년이 지나니 삶의 형태가 만들어져 간다. 그래서 내 삶은 한문공부를 하러 고전번역교육원이나 향교를 다니고 있는 중이다. 주로 일주일의 생활이 그 곳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늘 같은 날은 월요일로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비워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전엔 오늘 저녁 하모니카 연주가 있었기에 저녁때는 하모니카를 배우러 간다. 그 하모니카가 화요일로 옮겨져 있어 월요일만큼은 특별히 정례적으로 하는 일 없이 좀 자유로운 상태다.
먼저 새벽 예배를 마치고 덕진 체련공원으로 가다. 테니스 게임도 많이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두 게임을 하고 돌아오다. 9시 반이 되다. 이렇게 늦게 들어온 적도 드물다. 문자 메시지에 오늘 스마트폰교육이 있다 해서 10시 40분쯤 약 20일 만에 삼성디지털플라자에 가다. 오랜만에 가니 좀 어색하긴 했으나 오늘은 네트워크 접속으로 와이파이와 모바일핫스팟, 데이터 사용에 대해 배우다. 이렇게 배우다 보니 스마트폰과 친해진 건 사실이다.
돌아와 점심은 나가서 먹기로 하다. 내가 그동안 몇 번 다녔던 시내 모 정보통신회사 구내 식당으로 안내를 하다. 비교적 저렴하게 먹고 음식이 잘 나오는 곳으로 아내에게 홍보를 한 탓인지 기대가 컸나 보다. 내 기대와는 달리 아내는 밥도 조금 그리고 반찬에 대해 일일이 분석적으로 다른 음식점과 비교 설명한다. 듣고 보니 구구절절이 옳다. 별 생각 없이 배 채우기 위한 식사를 하다는 쪼(調)의 이야기를 하다. 사실은 특별히 이런 저런 생각 없이 대충 먹는 습관은 있다. 맛을 판단하는 능력은 좀 부족한 편이라는 걸 인정은 한다. 괜히 이곳으로 안내했나 해서 이쪽으로 온 것을 후회했다.
봄이라 꽃이 좋아 일단 어디론가 가고 싶어 식당을 빠져 나와 약 십분 정도 달리고 있는 데 아내가 전화를 받더니 ‘내 휴대폰 어디 있냐’고 묻는다. 그 식당에 놓고 온 것이다. 전에 휴대폰을 시내버스에 놓고 내린 적이 있어 그 이야기를 딸에게 했더니 작은 손가방까지 사주면서 잘 갖고 다니라고 부탁까지 받았다. 조심 하리라 다시 다짐해본다.
차머리를 소양 쪽으로 돌렸고 위봉사 길을 넘어 대아 저수지 쪽으로 가던 중 아내가 뭐 좀 먹고 가고 싶다고 해서 찻집에 들러 다시 요기를 하고 완주 동상 대아 저수지 주변 도로를 돌기 시작하다. 벚꽃은 피었는데 지난 비와 바람으로 많이 떨어지고 잎들이 나기 시작해서 만개 당시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어디가나 꽃 천지라 보기가 좋다.
가다 보니 자연스레 대아수목원 길을 달리고 있다. 내리자마자 입구를 들어서다 깜짝 놀라다. 전에 H고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모신 분이 내 앞에 계신 것이다. 초등학교 친구들과 이곳으로 놀러 오셨다고 하신다. 무척 반가와 하시고 나 또한 이런 일이 있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학교에 손자가 다녀서 만남은 쭉 이어져 왔었다. 건강 하신 모습이 보기가 좋다. 건강하시고 오래 사시길 빈다. 뒤돌아 가시는 모습을 보니 다정스레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시는 것 같다.
열대 식물원에서 많은 나무와 꽃들을 보다. 내려 오면서 분재원을 보다. 밖에 있는 장미원은 시절이 시절인지라 훵하니 비워져 있다. 곧 있으면 이곳에도 빨간 장미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시절이 있으리라 본다. 다시 내려와 벚꽃 길을 걸으며 사진을 담았고 방문자센터는 이곳을 여러 차례 놀러 왔으나 이곳을 들어가 본 적은 없다. 많은 식물들을 그림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대아댐 전망대에서 잠깐 쉬어서 대아댐을 내려다 보았다. 이곳도 수없이 다녔지만 이 전망대에 올라 대아댐을 내려다 본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주 9경 8미 등 안내판도 눈에 띤다. 아니 전주 살면서 완주는 이곳 저곳 다니지만 오늘은 완주를 널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