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돌아보다
부여(扶餘)하면 수학여행지로 알려지기도 하고 다른 목적지를 들렸다가 잠깐 돌아보는 정도였다. 아니면 직원 워크샵 도중 중간에 들른 곳이어서 부여를 목표로 하고 여행을 해본 경험은 없는 거 같다. 그런데 이번 전주분원 古跡踏査는 부여를 목표로 하여 답사를 떠나다. 더욱이 여행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나서다. 부여는 백제의 도읍지로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국이 660년 의자왕때 멸망하면서 한이
서린 유적지기 남아 있어 그 곳을 찾아감으로 망국
의 한이 어떤 건지 체험하고자 부여 일대를 찾아 나서다.
오늘(11.4)은 한시반 강좌가 있는 날이다. 요즘 굵직한 일들이 개인적으로 많이 있었지만 기말고사가 임박해서 여유를 부리기 어려워 후기를 남기는 것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교수님은 어떤 일이 있으면 글로 남기라는 간곡한 말씀이 있어 몇 자 남기고자 한다. 교수님이 요즘 강조하는 것이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하고 어떤 일이 있으면 뭔가 글로 남기는 노력을 하라’는 말씀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공감하는 바가 크다.
고적답사는 11월 초하루에 있었다. 나는 크리스천으로 교회에서 월삭예배를 드리고 부여 나들이를 준비하다. 다른 때라면 건지산을 걷는다. 오늘은 생략하고 동네 아는 분을 모시고 집을 나서다. 내가 다니는 전주분원은 해마다 한 차례씩 고적답사를 한다. 코로나땐 실시를 못하다가 작년 실시하다. 작년은 충남 예산을 돌아 보다. 남연군묘로 시작해서 수덕사, 추사고택 등 많은 곳을 들르면서 많은 것을 배우다. 작년 느낌이 좋아 별 고민 없이 신청하고 답사에 참여하다. 답사 자료와 물과 간식을 받았는데 답사 자료는 논문 수준이다.
한 사람의 영향이 크다. 여행에 있어서는 가이드가 중요하다. 우리 한시(漢詩)를 지도하는 교수님이 작년 해설을 맡았는데 워낙 박학다식하고 그것 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준비된 분이셔서 믿고 가는 답사다. 내가 여행을 많이 다녀 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설이 명쾌한 분은 첨 만나다.
분원 칠십 여명이 버스 두 대로 정확하게 9시 출발하다. 한 시간 여를 달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무량사다. 만수산 무량사 일주문이다. 단체 사진 촬영을 하다. 정문을 통과하고 먼저 마주한 곳은 극락전과 무량사 오층석탑이다. 건물이 아주 단아하다. 칼라가 배제된 단색 위주로 된 건물과 탑을 보면서 신선한 감을 느끼다.
이어 들른 곳은 김시습영정이 모셔져 있는 우화궁이다. 김시습 초장은 가슴까지 내려오는 반신상으로 구슬 장식의 끈이 달린 초립을 쓰고 우리를 맞이한다. 교수님은 주련에 진묵대사의 시 한 수를 설명한다.
천금지석산위침天衾地席山爲枕 하늘은 이불, 땅은 요, 산은 베개
월촉운병해작준月燭雲屛海作樽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독
대취거연잉기무大醉居然仍起舞 크게 취해 거연히 춤을 추고싶어지는데
각염장수괘건곤却嫌長袖掛崑崙 장산자락이 곤륜산에 걸릴걱정이 되네
진묵대사<震黙大師>
내려 오는 길에 매월당 김시습 시비에 멈추다. 직접 찾아가지는 않고 교재를 보라 하면서 교수님이 시비를 설명하시다.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새로 돋은 반달이 나뭇가지 위에 뜨니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산사의 저녁 종이 울리기 시작하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달그림자 아른아른 찬 이슬에 젖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양기투창요) 뜰에 찬 서늘한 기운 창틈으로 스미네
우리 교재에 실린 해석인데 다시 새롭게 해석을 해주시는데 제대로 듣진 못하다. 여기에서 '新月'을 '새로 돋는 달'이라기 보다는 산뜻한 달로 말씀을 하시고 '上林梢'를 '숲가'로 말씀하시는 듯 하다. 워낙 한시의 대가여서 다시 새롭게 해석을 해주시는 편이 명쾌함을 더하다.
무량사를 뒤로하고 버스에 오르다. 부여 시내로 향하여 점심식사를 하다. 식사를 하고 부소산성으로 가다. 12시에서 13시 사이는 입장료가 무료다. 답사를 하면서 이 점을 알고 계획을 세웠단다. 우리가 매표소를 통과한 시각은 13시 5분 전이다. 부소산에 올라 찾아 간 곳은 泗泚樓다.
사자루에 올라 교수님은 사자루 글씨에 얽힌 이야기를 누에가 실을 뽑듯 말씀을 하신다. '사자' 하면 동물 라이언을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사자하'가 있어 사비루라 했다가 사자루로 교체했단다. 현판 글씨를 설명한다. 이강의 글씨란다. 고종이 아들이 둘이 있는데 한 분은 영친왕 있고 그 부인이 이방자 여사이고, 또 한 분은 의친왕인데 전주 이석씨의 아버지 이강으로 이 글씨의 주인공이다..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강은 글씨를 아주 잘 썼다고 한다. 제왕의 기상이 느껴진다고 한다. 백마강 쪽으로는 해강 김규진이 쓴 ‘백마장강(白馬長江)’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俗書라는 느낌이 든다고 하신다.
정자에서 교수님의 평소 생각하시는 것을 말씀하신다. 우리가 늙지 않는 비결은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라고 한다. 남길 만한 내용을 글을 쓰라고 강조하신다. 마음에 새겨보다. 평소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다. 인생의 행복 비결이다. 일십백천만의 법칙이 있다. 1은 한 가지 좋은 일을 하고 10은 열 번 웃고 100은 백 자 쓰고 1000은 천 자 읽는 것이다. 열심히 읽고 쓰는 것이다.
사자루를 나서 다음 들른 곳이 백화정이다. 백화정의 이름에 수백 명의 꽃다운 궁녀들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는 전설에서 나온 것이라 이름에서 삼천궁녀가 생각난다고 하는데 좀 현판 이름에서도 망국의 한을 느끼다. 백화정의 이름이 소동파의 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 교수님께서 찾아보니 찾을 길이 없다고 한다. 유적지 현판이 정확하게 작성되어야 하는데 고증이 부족하거나 전거가 희박한 것은 제대로 고증을 거쳐 게시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백화정에도 두 현판이 걸려있다. 한 편은 민형식의 글이고 한 편은 안종원의 글씨란다.
백마강 유람선을 타다. 유람선을 타니 탈만하다. 유람선을 타면서 낙화암이라는 붉게 새겨진 글씨를 보다.
이어 간 곳은 부여문화센터이다. 11월 2일 까지 특별전을 한다는데 오늘이 하루 전이다. 이 곳은 유홍준 교수가 평소 부여에 14차례 걸쳐 문화재를 기증했다고 하는데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든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데 요즘 뜨고 있는 책이 「인생만사답사기」라고 한다. 현판을 시작으로 그동안 기증했던 유물들을 하나 하나 해설을 하시면서 소개를 한다.
마지막은 정림사지 탑이다. 정림사지는 백제 사비시대 수도의 가장중심에 있엇던 사찰 터이다. 정림사지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대한민국 국보 제9호다. 이 탑에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는 소정방이 백제를 멸망시키고 이 탑에 전승기록을 새겨두었다.
소정방이 정림사지 탑 몸통에 승전기록을 탑에 새겼다. 소정방이 당나라로 빨리 가서 알리고 싶었는데 비석을 만들어 새기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이 탑에 글자를 새기다. 장수들의 전승기록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내용이 담겨있다. 이 비문이 우리 나라의 최대 명절 추석에 새겼다고 한다. 우리 나라 지금 어려운 시기인데 우리가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망국한을 떠올려보자고 교수님은 힘주어 말씀하신다. 제주대 교수의 연구 논문에서 예식진이라는 인물이 있는 예식진이 중국 하남성에 묘지가 발견되었는데 이 사람이 의자왕의 1급 신하였다고 한다. 의자왕은 싸우려는 의지가 있었는데 예식진이라는 사람이 나라를 바쳤다고는 학설을 제기했다고 한다. 의자왕의 묘지명은 중국 하남성 박물관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망한 나라의 유적을 돌아보다. 나라가 망할 때 군사력, 경제력이 부족해서 망한게 아니라 내분으로 망한다고 한다. 망국의 한을 느껴보자고 떠난 부여 여행 나름 의미를 충분히 부여하고 싶다.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4시 반 부여를 떠나다. 5시 40분 전주에 도착하다.
2024.11.4
* 사진이 순서대로 나열되어야 하는데 10장씩 올려지다 보니 시간적으로 뒤에 찍은 사진들이 앞에 배열되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리라 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보는데 아직 익히지 못했음.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교정없이 자료를 올리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