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돌 위의 새들

등경 2024. 2. 2. 04:37

 
‘시가 있는 아침’

 
우리는 시(詩)를 사랑한다. 누구나 시인이다. 우리 인생 자체가 시인지도 모른다. 모두 다 詩心이 있어 어떤 일을 겪을 때 좋은 시를 쓰기도 하고 나름 생각만으로 머물기도 한다. 우리 사람들은 누구나 몇 편의 애송시도 있어 암송도 하고 시를 접해볼려고 한다.
 
나 자신도 시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언제부


턴가 자유일보가 배달되기 시작하여 그 신문에서 발견한 것이 ‘시가 있는 아침’이다. 다른 신문도 시가 실린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장기간에 걸치든 짧게든 신문에 게재되어 시를 발견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매일 보는 신문인 국민일보도 ‘시가 있는 휴일’도 매일 금요일 시 한편이 실린다.
 
‘시가 있는 아침’이 좋은 점이 있다. 글씨도 크지만 박석근이라는 문화비평가가 해설을 붙인다. 그 해설을 읽어보면 실린 시가 더 이해가 잘된다. 대개 해설은 잘 붙이지 않는다.
 
오늘은 ‘돌 위의 새들’ 이라는 시가 실리다. 난 어제 점심 외식을 하고 가끔 들르는 카페 투섬(Twosome)에 가다. 풍경이 아름다운 카페다. 넓은 창을 통해 호수를 바라보다. 내 눈이 머문 것이 호수에서 노는 새들이다.
 
작은 오리들이 떼지어서 아니면 홀로 자맥질을 한다. 오리라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쇠물닭이다. 쇠물닭은 몸체가 작고 검다. 오송지에서 자주 보기도 한다. 가까이 가서 확인은 못하다. 오리도 있고 쇠물닭도 있고 왜가리도 유유히 창공을 날기도 한다. 창 멀리 왜가리 한 마리 거의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데 가끔 날개짓을 한다.
 
그런데 오른쪽 물가에 거의 미동도 하지 않는 새가 있다. 한참을 바라보아도 움직이질 않는다. 호기심이 발동하다. 멍때리기를 하는 새에 가까이 가고 싶었다. 거친 밭을 지나 물가로 접근하려니 어렵다. 보기에는 쉽게 접근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아니다. 도둑놈 가시에 포위되어 옷에 가시가 많이 붙다. 가는 길도 없고 너무 험해서 포기하다.
 
다시 카페로 돌아오면서 생각만 하다. 혼자 멍때리기를 하고 있는데 그 새가 슬픈 낯인지 기쁜 모습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접근 불가다. 내가 돌아서는 모습을 그 새가 보았다면 ‘여보게 양반, 너무 쉽게 돌아가네.’ 하고 말을 건넬 거 같다.
 
오른쪽 멍때리는 새 사진을 가까이서 담으려다가 못하다. 돌아오다 멀리 서 있는 왼쪽 왜가리 사진을 담다. 어제 이런 생각을 하고 약 1시간을 헤맸는데 오늘 실린 시가 ‘돌 위의 새들’이라는 시다.
 
어제의 일이 오버랩되면서 이 시가 더욱 공감이 되다.
 
2024. 2.1
 
 
 
 
 
돌 위의 새들

자유일보 20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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