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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경 2013. 7. 23. 13:48

[詩의 황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If by life you were deceived)
2013.07.22 18:18

If by life you were deceived,
Don’t be dismal, don’t be wild!
In the day of grief, be mild,
Merry days will come, believe!

Heart is living in tomorrow,
Present is dejected here,
In a moment, passes sorrow
That which passes will be dear.

                 푸시킨 (Alexander Pushkin 1799-183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온다는 것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누구나 낙담하게 되는 것
그러나 슬픔은 한순간에 지나가나니
지나간 것을 또한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 리얼리즘을 확립시킨 국민시인 알렉산더 푸시킨. 그의 대부분 작품은 농노제 하의 러시아 현실을 정밀히 묘사하고 있지만, 그 속에 깊은 사상과 교양이 녹아들어 있어 이후 러시아 문학의 모든 작가와 유파(流派)는 ‘푸시킨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정신적 에너지와 대자연의 아름다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러시아인의 에스프리를 그만큼 잘 묘사한 시인은 이후에도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근대문학기에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 시는 한때 ‘이발소 그림’처럼 전국 어디 가나 볼 수 있는 ‘잠언’으로서의 시였다. 지금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더라도 이 시가 던지는 메시지는 예나 지금이나 명쾌하고, 간절하기까지 하다. 간단해 보이는 시이지만, 누구나 힘들어하는 현재를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하게 된다는 전언(傳言)에서 이 시는 투명하리만큼 완벽한 서정시로 자리 잡는다. 삶의 슬픔과 시름을 간단없이 찬미로 바꿀 줄 아는 시인, 그가 푸시킨이다. 러시아 시를 미국 시인 넬러(M. Kneller)가 영역한 것을 소개했다.

임순만 논설위원실장
국민일보 2013. 7. 23일자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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