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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전문대? 이젠 '전태백'
나현준 입력 2018.01.16. 17:54 수정 2018.01.16. 19:51 댓글 410개
작년 전문대 출신 실업률 9.1%로 전년比 1.9%P 늘어
고졸-4년제 사이 샌드위치에 열악한 곳 일단 취업했다가 퇴사 → 다시 취준생 악순환
블라인드 채용으론 한계..기업 고용규제 확 풀어 양질의 일자리 늘려야
■ 전문대 실업률 사상 최고…일자리 불황 안전지대 옛말
서울 소재 한 전문대학에서 메카트로닉스 공학을 전공한 장 모씨(28)는 취업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 먼저 졸업한 친구 상당수가 취업은 했지만 월급이 200만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에 입사해 장시간 근로에 시달렸다. 저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장씨는 그동안 워킹홀리데이, 어학연수 등을 거치며 영어를 익혔다. 학비는 공장에서 일하며 충당했다. 하지만 최근 귀국한 장씨 마음은 여전히 불편하다. 그는 "4년제 대졸과 임금 격차가 커서 무턱대고 중소기업에 들어가기 겁난다"며 "그동안 익힌 영어를 살려 캐나다로 이민을 갈지 혹은 소규모 가게를 차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때 취업이 잘된다고 소문났던 전문대 졸업생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문대 졸업생의 지난해 청년실업률(15~29세 기준)은 9.1%로 2016년(7.2%)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졸은 10.2%에서 9.6%로, 4년제 대학 졸업생은 11.1%에서 10.9%로 청년실업률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대 졸업생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대 청년들의 취업 문호가 날로 좁아지는 상황에서 4년제졸과 고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전문대 졸업생들은 아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자리 양극화 추세에 졸업생들의 좋은 일자리 선호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취업 재수생 격인 20대 후반 전문대 졸업생들 실업률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20~24세 전문대졸 실업률은 지난해 10.8%로 전년(9.5%)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25~29세 전문대졸 실업률은 지난해 8.1%로 전년(5.9%)보다 2.2%포인트 늘었다. 4년제졸과 고졸 실업자 감소로 지난해 20대 전체 실업자는 약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전문대졸 실업자는 1만6000명 증가했다. 서울 소재 전문대 취업센터 관계자는 "25~29세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건, 남자들 기준으로 봤을 때 제대 후 2년제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 갔는데 월 200만원도 안 되는 열악한 현실에 퇴사를 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특히 마이스터고 출신이 무시험 직장인 전형으로 전문대에 온 후 과정을 다 수료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기준 전문대졸은 17만명가량이다. 이들이 졸업 후 잠시 영세·중소기업에 취업했다가 '호봉도 안 오르고, 미래가 안 보인다'는 생각에 20대 중후반 퇴사를 하면서 실업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인천의 한 전문대학에서 금속재료학을 전공한 이 모씨(30)는 "생산직 기준으로 보면 말이 연구직이지 4년제와 비교하면 거의 잡부 수준"이라며 "그동안 토익, 기능사 5개, 산업기사 3개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결국 대기업 생산직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정부가 학벌을 타파하자며 도입한 블라인드 채용도 이 같은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공공기관에 국한된 블라인드 채용은 산업기술을 주로 익힌 전문대 졸업생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전문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김 모씨(21)는 "선배들을 보면 1년 후 내 상황도 암담하다고 느낀다"며 "상당수 선배가 졸업한 이후에도 1년 이상 국비 지원 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대생은 "아직 전문대란 학벌로 취업이 어려워 4년제로 편입 준비를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대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실질 임금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해선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규제를 풀어 신산업과 중견기업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학력보다는 능력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고쳐,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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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8.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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