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좋은 시

등경 2013. 9. 18. 14:24




                       박종국(1950~)



어머니가 사준

꺼먹고무신 한 켤레


그 배를 타고

건너지 못할 강은 없다


까맣게 타버린 어머니 속내말고는, 


 

박종국 시집"집으로 가는 길"[세계사]에서

 

물위를 떠 가는 배가 지닌 상징은 단절된 세상을 건너가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건너야 할 마음의 강이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들 마음 속에는 그 강을 건너려고 얼마나 튼튼한 마음의 배를 띄어 놓고 있는가 생각을 하면 내가 건너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사는 형국이다 박종국 시인은 "어머니가 사준/꺼먹 고무신 한 켤레"가 자신의 마음의 강을 건너가는 배가 되어 건너야 할 또 다른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어머니 속내"는 끝내 건너가지 못하고 있다 아마 그것은 아무리 건너가려 해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다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자식에게는 가장 넓고 깊은 바다와 같은 마음이 아닌가 그 넓은 마음을 건너갈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다가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 살며 사람 사이의 마음의 강을 건너간다는 것은 깊은 믿음과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믿음과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일이 이 세상을 사는 지혜일 것이다.

 

201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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