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용진] 유치원 비리 발본색원할 때다
시사풍향계-박용진] 유치원 비리 발본색원할 때다
입력 : 2018-10-18 04:05
세금은 한 나라, 공동체의 핵심적 문제이다. 세금을 통해서 공동체가 유지되고, 세금을 통해서 구성원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조선시대 유명한 ‘삼정문란’(군정, 전정, 환정의 3대 문란)은 다름 아닌 세금의 문제였고 불평등의 문제였다. 조선은 이 문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수천건의 민란 끝에 망했다. 그래서 세금은 한 나라 흥망성쇠의 열쇳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후 70년 내내 몇 가지 평등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남자는 모두 군대에 간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교육의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그리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명제가 국민들 머릿속에 원칙으로 자리 잡혀 있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상식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는 그가 가진 돈이 얼마이든 그 돈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되는 것에 대한, 원칙과 상식을 깨뜨린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 결과 금융실명법을 도입 25년 만에 바로 세웠고,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숨겨 둔 차명계좌에 대한 세금을 징수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093억원이나 되는 세금이 걷혔다. 지금 불거지고 있는 이 회장의 용인 차명부동산도 바로 이 세금 문제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국민들이 세금 문제나 군 입대 비리만큼 열 받아 하는 문제가 또 있다. 다름 아닌 혈세낭비, 국고 유용의 문제들이다. 내는 것만큼이나 쓰는 것에 대한 문제도 민감하다는 이야기다.
이 엄중한 세금 쓰는 문제와 관련해 정말 겁 없는 이들이 드러났다.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사립유치원 연합회가 그들이다. 이들이 겁도 없다고 말하는 건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그들은 한 해 2조원 넘는 돈을 세금으로 지원 받으면서 첫째, 황당한 곳에 기가 막힌 방법으로 함부로 썼다. 자기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둘째, 국고 지원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기들 마음에 드는 방식이 아니면 감사를 받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셋째, 그러면서 지원은 더 늘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어느 바보가 깨진 바가지에 음식을 담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겠는가. 투명한 회계시스템도 없는데 지원을 늘려 줄 국민이 어디 있겠나.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고, 세금 쓰이는 곳에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나라이고, 함께 책임지고 살아가는 공동체인 것이다.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 온갖 꼼수와 권력을 동원한 일부 재벌의 의혹에 대해 온 국민이 분노하는 것처럼,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쓰는 사람과 세력에게는 국민의 태산 같은 분노가 밀어닥칠 것이다. 이 원칙에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그동안 유치원 비리 문제에 많은 이들이 덤볐다가 물러섰다. 유치원 원장들의 파워, 연합회의 엄청난 세력 때문이란다.
이번 파문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잠잠해질지 모른다. 그러면 세상은 이들의 파워와 세력에 더 많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 사립유치원총연합회 세력은 과거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버티면 이긴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사과한 게 아니라 국민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매우 부적절한 선택이다.
그들의 힘이 약하지 않을 테지만 두려움 때문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문제 제기는 정확하게, 대안 제시는 명확하게 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것이다. 소송을 걸어올 수도 있고 흑색선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큰 성원을 체감하고 있다. 그 성원이 지속돼야 유치원 비리가 발본색원될 것이다. 유치원 비리, 해결될 때까지 우리 한 번 끝까지 가봅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20487&code=11171333&sid1=col&sid2=1333
<국민일보 2018.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