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남북정상회담
2018 남북정상회담
오늘은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이 있는 날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두번의 감동적인 사건을 경험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비행기로 날아가 김정일을 만난 사변을 경험했고 노무현 대통령이 육로로 북으로 가 김정일을 만난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보았다. 언론 보도로 그 때 뭉클한 감동을 느끼면서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뒤 회담 뒤의 결과는 오히려 적대감만 키우고 하나도 변함없이 옛날로 돌아가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 새 정권이 들어서고 회담의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더니 드디어 D-day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님이 이루어졌다. 내가 직접 판문점을 찾아가서 이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는 없기에 집에서 조용히 역사의 현장을 내 눈으로 목도하고 싶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일찍 깨어 새벽기도회에 갔다. 토요일는 좀 편하게 생각할 수 있어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설령 게으름이 있더라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 오늘은 특별히 작정하고 나가고 싶었다. 정상회담이 있는 날이기에 나만이라도 기도로 성공적인 회담을 빌고 싶었다. 나오면서 교회 로비에 국민일보가 배달되어 오늘도 신문을 펼쳤다.
내 눈에는 정지석 목사의 '민족 화평의 길을 열어 주소서'라는 제목의 기도문이 실린 그 면에 시선이 고정되어 읽게 되었다.
"사랑과 은총의 하나님.
우리 민족을 평화와 구원의 길로 인도해주신 큰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전쟁의 망령이 떠돌던 이 땅에 평화의 소식이 충만해지고 새 나라를 향한 희망의 걸음이 시작된 것은 오직 주님의 은총입니다.70년 넘는 분단의 세월은 원한과 불신의 골이 깊어졌던 고난의 세월이었습니다. 수차례 전쟁의 위기도 넘겨야 했습니다.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지만 화해하지 못하고 핵전쟁의 위기 속에 민족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믿는 자들의 평화의 기도는 간절하게 이어졌고 다시 민족은 하나님이 주신 은총의 기회를 얻었습니다.오늘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이요 은총입니다. 주님, 이들을 주님의 빛 가운데 붙잡아 주옵소서. 악한 영이 일절 침범하지 못하도록 붙들어 주시고 평화의 소명을 다하도록 이끌어 주소서.
두 지도자를 위해 기도합니다.주님이 주신 지혜와 진실한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며 평화의 결실이 맺히길 기도합니다. 남북의 모든 사람과 해외 동포들이 평화의 소식으로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남북이 서로를 향해 겨누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는 평화의 약속을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자유롭게 왕래하고 평화의 나라를 건설하는 여정을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선언해 주길 기도합니다. 주님, 다시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아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 하나님의 간섭과 도우심이 임재하길 기도합니다. 두 지도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간절한 소망을 가질 때에만, 또 기독교인들이 깨어 기도할 때만 평화가 이뤄집니다.
오늘 남북 정상회담의 날, 온 겨레가 한마음으로 기도하게 하소서.어린아이들은 평화를 예언하고 노인들은 평화 한반도를 꿈꾸며, 젊은이들은 화해의 시대를 살게 하소서. 오늘 하루는 정쟁을 멈추고 시시비비로 갈등하는 이들도 다툼을 중단하고 마음을 모아 기도하게 하소서. 가정과 학교에서, 또한 일터에서 기도하게 하소서.
한반도에 다가오는 평화를 준비하게 하소서. 평화의 새 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하소서. 기름을 준비하고 밤새 주님을 기다린 현명한 처녀들처럼 교회와 성도들이 깨어 기도하게 하옵소서. 원한을 용서로, 불신을 믿음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영적 각성 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하소서. 우리가 영적으로 깨어 있지 않으면 하나님의 은총은 재앙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한반도 평화는 전쟁과 폭력, 핵 재앙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하려는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믿습니다. 평화의 한반도를 꿈꿀 수 있도록 우리 마음을 한데 모아 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남북을 사랑으로 이끄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동안 정 목사의 기도처럼 일개 국민으로 이젠 한민족의 역사가 시원스레 시온의 대로가 열려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번영의 길로 나가길 바래 왔다. 모든 것이 임계점에 이르러 다른 변화없이 전쟁의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날이면 우리 한반도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닥친다는 위기의식도 느끼고 살아왔다.
일단 새벽 기도회는 갔고 평소대로 운동을 하러 가다. 덕진체련 공원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려 테니스 가방을 드는 순간 아차 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요즘은 테니스 가방과 하나 더 챙기는 게 있다. 샤워할 수 있게끔 수건과 비누가 들어있는 작은 샤워 가방을 들고 온다. 퇴직 후에는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다. 잘 챙겨놓은 가방을 놓고 온 것이다. 집으로 돌아갈까 망설이다 코트로 향하다. 내가 실은 실력이 형편없어 잘 치는 사람에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 사람들하고는 잘 치지 않는다. 이번엔 임이사가 선뜻 한 게임하자고 해서 했고 지긴 했으나 기분 좋게 게임을 했다. 재미있게 운동을 하고 돌아오려는 데 정회장님이 자기 샤워도구를 빌려준다고 샤워를 하자고 한다. 그래 이럴 수도 있구나 해서 정회장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즐겁게 샤워를 하고 돌아오다.
오늘은 고전번역교육원에서는 논어 강의가 있다. 나는 한번 시작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생각이 든다. 소위 땡땡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오늘 한번 빠지고 남북정상회담을 조용히 집에서 TV를 통해 보기로 마음먹다. 하루 종일 TV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다.
오늘 하루가 시작되자마자 정상회담 관련 방송이 시작되었다. 문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시각이 8시 6분이라니 그 때부터 TV를 보다. 한마디로 감동적이고 가슴이 벅차다. 판문각에서 걸어나오는 김정은을 TV에서 생생하게 보는 순간 내가 생각하는 김정은과 오늘 TV속에서 보는 김정은을 비교해보려 했다. 모습, 표정, 말투, 대화 내용에서 내가 생각하던 김정은이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처지는 데 이게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 솔직하고 대담한 사람이라는 것도 마음도 열려 있다는 사실을 TV에서 조금찍 조금씩 확인해 갔다. 또한 인간적인 김정은의 모습도 보았다.
10시 반 정도 1차 오전 회담에 들어가니까 생방송은 멈추고 그 이전 화면을 보여주는데 잠깐 삼성디지털 플라자로 가다. 11시에서 12시까지 'TED강연' 엡을 배우다. 오늘은 그런 날인만큼 거기 플라자에 왔던 사람들도 좀 배우다가 남북정상회담 이야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12시 끝나는 데 12시 되기도 전에 끝내자고 하고 일어서다.
오후에도 남북정상회담 TV 보도는 계속 되었다. 2시경은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오다. 아내의 생일이 지나갔는데 오늘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저녁시사를 하기로 하다. 때가 되어 근처 가끔 가는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 곳에서 아들 내외는 효자동으로 가고 위리는 집으로 왔고 계속되는 방송을 보다.
TV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날이었다. 한번도에 새 역사가 쓰여지는 날이다. 감동을 넘어 벅찬 감격이 안에서 부터 솟아 오른다. 오늘 회담처럼 우리 한반도와 한민족에게 평화와 번영이 찾아 왔으면 한다. 새 날이 왔으면 한다.
어느 일간지 사설이다.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첫번째 스크랩한 내용이다.
[사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ㆍ평화의 새 시대를 선언하다
등록 : 2018.04.27 20:37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의 시대를 선언했다.
두 정상이 27일 서명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공동선언’은 남북이 군사적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의 새시대로 전환할 수 있는 초석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선언으로 북미 핵 담판의 성공 토대를 마련했다.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두 정상이 ‘평화의 시대, 새 역사의 출발점’을 선언하고 이행 의지를 밝힌 만큼 과거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남북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되풀이하지 않길 기대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북미 담판서 완성돼야
이날 정상회담은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특히 두 정상이 참모진을 물리친 채 도보의 다리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이어 간 30분 가량의 단독회담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만했다. 일체의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한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달리 북한 지도자가 남북 합의문을 육성으로 발표하고 대부분의 일정을 생중계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남북 정상이 함께 발표한 비핵화ㆍ평화 선언의 진정성을 부각할 만한 장치다.
남북 정상은 최대 쟁점인 비핵화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명문화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선언문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미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주동적 조치는 북한의 핵동결 조치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공동선언문 발표장에서 북한의 핵동결 조치를 거론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소중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재차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
비핵화의 방식이나 기한 등이 없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일부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이는 최종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에서 담판해야 할 문제다.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 면담 및 북중 정상회담 등에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조건부로 비핵화 의사를 밝혔지만 비핵화 의지가 계속 의심받은 점을 감안하면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현재 수준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피력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제 판문점 선언을 이어받아 한반도 비핵화를 완성해야 할 과제를 넘겨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재확인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통 큰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물론 남북 정상회담 선언으로 북미 핵담판의 성공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남북 정상은 공동선언에서 밝힌 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더욱 노력해 마땅하다.
종전 선언으로 새로운 평화체제 토대 마련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합의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데서는 평화의 새 시대를 향한 남북 정상의 의지가 뚜렷하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부터도 크게 진전된 내용이다. 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분명히 한 것은 평화협정까지의 구체적 로드맵일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남북관계 개선 기대 키우는 정상회담 정례화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고위급 회담을 조만간 열기로 하는 등의 합의로 본격적 남북관계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8·15 광복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키로 한 합의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다. 남북이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키로 한 각종 조치들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필요한 합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에서는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 내용이 대거 포함됐으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도 상당히 많은 대목이 반영됐다. 판문점 선언문에서 두 정상은 민족자결의 7·4남북 공동성명 원칙까지 상기시키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해방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 개선과 발전의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두 정상이 회담 정례화에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두 차례 정상회담이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고 이내 합의가 휴지조각이 됐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는 합의 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를 둔 셈이다. 문 대통령이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겠다는 결정 또한 합의 이행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다. 김 위원장이 “세계가 보는 가운데 서명한 합의가 역대 합의처럼 시작만 뗀 불미스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된다.
<한국일보 2018.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