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대로 산다는 것
오늘 모처럼 덕진체련공원 테니스 코트를 나가다. 지난 1월 월례대회후 한 달만에 나가고 보니 내가 다닌 코트가 아닌 것 같고 낯설다. 스트로크 랠리(stroke rally)를 좀 오래하고 게임을 하다. 게임을 한지 한달이다 보니 제 기량을 발휘하진 못했지만 테니스의 색다른 감을 느끼다. 그래도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올 겨울은 춥고, 춥다 보니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그러다 보니 나갈 의욕이 많이 상실되었다. 올 겨울은 그렇다 치더라도 봄이 되면 힘을 내보자라고 다짐한다.
며칠전 전화 한통을 받다. 오늘 호성제일교회에서 북전주노회 장로회 정기총회가 있다고 나와달라는 부탁을 받다. 우리 교회 수석 장로님에게 혹 총회에 가신다면 같이 가자고 했다. 그 교회를 전에 가본 적이 없다. 혼자 갔으면 헤매고 못찾아갈뻔 했다. 개회 예배를 드리고 정기총회가 있었는데 임원개선 때 나를 임원(아주 말석)의 한 사람으로 넣어주었다. 작년에 노회 장로회 일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작심을 했었다. 이번에 명단에 올린 이유가 어찌 된 영문인지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자리에서 물어보니 우리 교회 장로님이 추천한 게 아니라 이미 임원 명단에 들었다고 한다. 이걸 받아야 할지, 받는다면 장로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좀 고민스럽다. 작년에 확실하게 정했음에도 또 왜 맘이 흔들리고 있는지 내가 생각해도 판단이 쉽질 않다.
회장할려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회장까지 오르기 위해선 몇년의 세월이 흘러야 할지 모른다. 잘못되면 고생만 하고 스트레스만 받는다. 사회에 나와 보니 아주 자그만한 단체 회장을 하는 것도 쉽질 않다. 재작년 회원 삼십명 좀 넘는 테니스회 회장을 하면서 힘들게 감당했다.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절감했었다. 그래서 다짐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살겠노라고 다짐을 했었다. 종교단체 일은 좀 다르다고는 하나 이 또한 조직이다 보니 똑같다. 많이 신경을 써야 하고 아쉬운 소리도 해야 하고 남들 비위도 맞추어야 한다. 나는 선천적으로 아부를 하거나 남의 비위를 맞추어 주는데 익숙하질 못했다. 올핸 이왕 결정된 일이기에 해보고, 올 연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제 출발선에서 선 입장인데 앞으로 예견되는 일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조합들을 머릿속에서 이리 저리 굴려본다.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우리 교회에서 우리 교회 집사가 기독청장년면려회 회장을 취임한다고 장로들이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하여 오후 근처 카페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다. 오전 정기총회만 참여하리라 생각했는데 오후 4시 교회 행사까지 이어지게 되다. 1부 예배를 마치고 좀 일찌 식당으로 가다. 식사후 차마시는 자리가 또 마련되어 그자리에도 참석하다. 이어지다 보니 집에 오니 8시경이다. TV 화면에서는 평창 올림픽 경기가 중계되고 있다.
다른 때는 내 의지(意志)대로 하루를 계획하고 하루를 보냈다면 오늘은 정반대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행동을 했다.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질 않기에 하루를 살다보면 별 일이 다 있으리라 본다.
그래도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하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판단력이다. 이순의 나이를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아주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큰일이라면 이런 일을 맡아 판단하는 일이라면 얼마나 고뇌가 깊을까 생각해보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