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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배우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경 2018. 1. 13. 22:00

톱클래스] 친구와 배우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정인 다양성관리연구소 소장
일러스트 : 셔터스톡

입력 : 2018.01.13 11:15 | 수정 : 2018.01.13 13:53

김정인의 생활 속 심리학 이야기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아하거나 친구로 맞이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 나름 좋아할 만한 특징들, 예를 들면 출중한 외모, 뛰어난 능력, 좋은 성격과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상호작용과 같은 다른 과정을 통해서도 호감도가 상승하고 상대방과 가까워지면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대방과의 상호작용 요인들이 호감 혹은 친구 되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로는 근접성, 친숙성, 유사성, 보상성, 호혜성 등이 있다.

그럼 먼저 근접성을 들여다보자.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가까이 있어 자주 만나는 사람과 친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이를 대변해주듯이 우리는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먼저 친해진다.

대학에서, 군대에 가서 혹은 직장에 다니면서 친해진 사람들도 대부분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들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 심리학자는 서로 모르는 대학생들을 무작위로 기숙사의 방에 배치하고 어떤 사람들과 친해지는지를 연구했다. 그 결과 공간적으로 서로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친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층보다는 같은 층, 자신의 방과 떨어진 곳보다는 인접한 방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친해지는 걸까? 가까이에 있다 보면 자주 접촉하고 친숙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는 것은 사회경제적 수준, 교육 수준, 가치나 취미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단지 자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친숙해지고 호감이 커지는 현상을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사람들의 사진을 제시 빈도(예를 들면, 1회, 5회, 20회)를 달리해 가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사진 속 인물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하도록 한 결과 학생들은 사진을 더 많이 본 인물에 친숙함과 더불어 더 큰 호감을 보였다.

우리는 종종 TV에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처음에는 ‘아,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다가 아주 유명인인 경우에는 바로 알아보고 머쓱해 한다. 문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연예인의 경우, 오히려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혹시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나요? 제가 아는 분 같기도 한데…’라고 말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TV를 통해서 해당 인물을 여러 번 보았던 관계로 어느 정도 친숙해져서 그를 아는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다. 이러한 단순 반복 노출은 외모만 놓고 볼 때 방송 출연이 어려울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 반복 노출에 의한 친숙성 덕택에 호감도가 떨어지고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사람들이 호감을 얻어 인기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자주 얼굴 보여주기

대중은 급기야는 호감의 도를 넘어서서 보면 볼수록 매력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놓고 보면 왜 연예인들이 기회만 닿으면 혹은 잊힐 만하면 방송에 자주 등장하려 하고, 가수가 자신의 노래를 방송 매체를 통해 자주 전파하기 위해 힘쓰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반복된 노출이 친숙성을 증가시키고 아울러 호감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겨울은 싱글들에게는 잔인한 계절이라고 하는데, 계속해서 싱글로 남지 않으려면 주위부터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누군가가 있다면 자주 얼굴을 보여주자. 단, 단순 노출효과도 제한점은 있다. 서로 사이가 나쁜 경우에는 오히려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부정적 감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되며, 친한 사람들 간에는 기호, 취미, 태도, 가치관 등이 비슷한 경향이 있다.


우리는 부부가 오랜 세월을 함께하다 보면 서로 닮아간다고 이야기한다. 살면서 닮아가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비슷한 사람을 찾은 것일까.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걸맞추기 원리(Matching principle)’에 따르면 사람들은 결혼과 데이트에서 자신과 유사한 상대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선택하고 만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왜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릴까?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접촉하고 이해하는 데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은 내가 별 어려움 없이 만날 수 있고, 더구나 서로 태도나 신념이 유사한 경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나 신념이 ‘옳다’라는 타당성을 부여해 주기도 한다. 또한 기호나 취미가 비슷한 경우 함께할 기회가 많고 서로 잘 아는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기에 그만큼 친숙도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친구 혹은 배우자와 유사해야 하는 것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24시간을 주기로 생체활동의 변화가 일어나는 일일생활리듬(circadian rhythm)이다. 이것은 아침 일찍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고 낮에 모든 것을 끝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아침형(day)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밤에 중요한 것들을 해치우는 저녁형(night)으로 대별되기도 한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생활리듬이 서로 다른 친구와 한 방을 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둘 다 매우 불편할 것이다. 아침형 친구는 내일을 위해 일찍 자야 하는데 밤이 되면서 생기를 찾는 저녁형이 자지도 않고 부산하게 움직이며 같이 놀자고 한다면 무척 피곤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일일생활리듬이 다른 신혼부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부부가 서로 다른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다면 한창 깨가 쏟아지는 신혼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한 적응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에 친구를 위해 혹은 배우자를 위해 불편하더라도 참고 맞추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편함과 손해를 끼치는 사람


우리는 아무리 가깝게 살고, 자주 마주치고, 나와 유사한 배경을 가졌다 해도 나에게 유익하지 않거나 오히려 불편함과 손해를 끼치는 사람과는 바로 친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즐거움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보상적인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물질적인 도움이야 뜻하지 않는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우리는 당연히 재력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재력이나 권력 등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인격 때문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당수는 그저 그가 가진 재력 혹은 권력의 영향력 때문에 좋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렇게 자신의 주변을 맴돌던 사람들은 자신이 그들에게 더는 줄 게 없다고 생각되면, 즉 유용하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반면에 재력이나 권력이 없어도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먼 길 마다 않고 찾아와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살아가면서 꼭 옆에 있어야 하는 친구들이다. 많은 선배 그리고 어르신들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결혼식과 같은 경사에는 못 가더라도 친구가 슬픔에 지쳐 있을 장례식장에는 반드시 가라’는 이 말. 아마도 소중하게 지켜온 우정을 지속시키고 돈독히 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말인 것 같다.


이러한 보상성과 관련된 또 다른 속성이 있다. 바로 상보성이다. 우리는 자신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유사성은 사람들 간에 호감을 형성하는 데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만 종종 상반되는 특성이 서로에게 이끌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주변에서 부부 중에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적잖이 보게 된다. 내향적인 아내와 활달한 남편, 그 반대의 경우도 자주 만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성격의 경우,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를 좋아할까, 아니면 상반된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이끌릴까?


성격 연구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결혼 전 데이트 상대로 성격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더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진화론적 입장에서도 부모가 가진 상반된 특성이 2세의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연애 중일 때는 콩깍지가 씌어 서로의 반대 성향에 대해 불편함이나 갈등을 애써 외면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고 결혼이 현실적인 삶으로 접어들게 되면, 사람들은 내가 어쩌자고 나와 저렇게 안 맞는 사람과 결혼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겠는가. 이것 또한 내가 선택한 삶인 것을. 상보성의 원리에 근거해서 보면 버나드 쇼와 이사도라 덩컨처럼 한쪽은 명석한 두뇌, 다른 한쪽은 출중한 외모를 가진 경우도 있고, 한 사람은 재력을 다른 한 사람은 학력이나 권력을 가진 경우도 보게 된다. 우리는 종종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며 그의 매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상대에게 이끌리게 되지만, 내가 갖지 않은 그것(지능, 외모, 권력, 부 등)이 더는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상대의 단점이 확대되어 나에게 다가오게 되면 서로의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도 있음을 기억하자.


마지막으로 살펴볼 내용은 호혜성의 원리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나에게 우호적이며, 관심도 갖고 칭찬과 호의를 베풀면 나도 그를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면 혹은 상대에게 신세를 지게 되면, 자신도 그를 도와주거나 신세를 갚아야 한다고 느낀다.


이처럼 우리는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의 처세술에 관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인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타인의 이름을 기억하고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한때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이었던 조 지라드(Joe Girad)도 판매왕이 된 비결을 기자들이 묻자 그는 매달 1만 3000명이 넘는 고객들에게 감사카드를 보내는데 거기에 항상 ‘I Like You’라고 적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예는 칭찬과 나를 좋아한다는 말이 사람들을 설득하고 변화시키는 데 실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고, 사람은 누구나 받은 만큼 베풀려는 성향으로 인해 우리가 좋아해주는 상대방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 같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도 있다. 과한 칭찬이나 속 보이는 칭찬은 아부가 되거나 상대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니 상대에 대한 칭찬이나 내가 상대를 좋아한다는 말은 진실한 마음을 담아서 하자. 칭찬은 칭찬을 부르고, 호감은 호감을 낳고, 사랑은 사랑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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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02/20180102012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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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8.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