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경 2013. 6. 20. 09:42

아침 등교시에 학교 입구는 복잡하다. 총총걸음으로 들어오는 학생들과 자녀들을 태워 잠깐 정차하는 차들로 복잡하다. 지난번 여러 대의 차량이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하는 광경이 목격되어 지난 직원회의시 그 광경을 보노라면 가슴이 철렁거린다는 얘기를 짧게 했다. 학생인권부장님이 발빠르게 학생들에게 방송을 했고 가정통신문까지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비교적 학교 입구에서 자녀를 내려주는 부모님이 적어졌다. 진즉 이런 운동을 펼쳤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

한참 지도를 하다가 어슬렁거리면서 등교하는 학생이 목격되다. 그냥 보내줘도 되는데 오늘은 한 마디 하고 싶었다. 수업시간인 데도 학교 주위를 배회하는 학생 중 하나다. 3학년 홍기*인데 요근래 하는 행동이 부쩍 눈에 띤다. 주의를 주어 학교생활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홍기*, 이리와봐!" 하는 순간 대답이 "왜요?"이다. 이 말은 학생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기도 하지만 뉘앙스가 좀 귀에 거슬린다. 다 한번 접고 듣는 단어라 귀에 거슬리기도 하고 왠만하면 참아도 되겠다는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은 그게 아니다. 한번쯤 지도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하다. 교복 상의는 풀어헤쳐졌고 신발은 실내화에 손에 아무 것도 들지 않고 맨손으로 등교를 한다. 여기에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당당하다. 이런 행동들을 부모님도 아느냐고 했더니 잘 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수업에 빠지고 돌아다니면 처벌도 가능하다고했더니 처벌 무섭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막가는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무서운 것도 없고 대책이 없다. 일단 너무 진도가 나가면 별로 이로울 것이 없다는 판단하에 앞으로 조심하라는 경고멘트를 날리고 보냈다. 보내고 났지만 왠지 씁쓸하다. 담임선생님이 교과 담임이 학생인권부가 있어서 잘못된 일탈행동들이 교정이 되었어야 하는데 그런 브레이크가 별 작동하지 않고 맘대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좀 있어서 인생이 불쌍하기만 하다.

그러고서 아침독서 시간 교실을 순회하다. 4층 3학년 교실인데 3학년 4반 복도를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몹시 떠든다. 학급 문에서 교실 안을 들여다 보다. 몇 무리의 학생들이 수다 꽃을 피운다. 서 있는지 몇 초지났는데 내가 서있다는 걸 의식하지도 않고 계속이다. 눈에 거슬리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담임선생님은 혼자 앞에 앉으셔서 무언가 열심히 하신다. 남쪽 맨 앞 두줄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계속 큰 소리로 떠들다가 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유독 한 여학생은 발을 의자에 올려놓고 태도를 고칠 생각을 않는다. 결국은 나오라고 불러냈고 교장실로 가라 했다. 이 반은 학기초부터 초지일관이다. 그래서 학급은 학년초 잡지 못하면 1년 고생이라 하는데 이제는 좋은 자율학습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든다. 그래 모든 일은 처음이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은 만고의 진리이다. 오면서도 늦게 오는 1학년 남학생도 만나고 여학생도 만나다. 교장실로 돌아와서 학생과 마주앉았다. 더 다른 얘기는 필요없을 거 같다. 그러지 말라고 하고 작은 음료에다 덕담만 하고 보내다.

돌려보내놓고 생각해본다. 아! 어려운 현실이다. 오늘 아침 올 2월 퇴직한 교장선생님과 체련 덕진공원에 가서 잠깐 테니스로 몸풀기만 하고 왔는데 끝나고 오면서 요즘 어떠시냐고 하시까 즐겁게 사신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이신다. 요즘 학생들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 오늘 신문에선 고1 수도권 여학생이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다가 출산하고 영아를 버린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이 땅 어린 학생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여러 생각들이 머리를 흔들어 놓는다. 작은 일 하나 수없이 많은 것 중 하나를 보면서 모기를 보고 칼을 빼는 심정으로 혈압을 올리고 핏대도 높이면서 학생들을 지도한 나의 모습들이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 자신도 부끄럽다.

우리 선생님들이 수고한다. 수고가 아니라 고생한다. 고생하고 보니 이젠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려 직업병까지 얻는다고 한다. 이젠 교육을 우리 선생님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실질직인 권한들을 빼앗아가면서 선생님들에게만 많은 책임과 의무만 부여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가정이 도와야 하고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학부모님들도 자녀들의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져서 자기 자녀만큼은 올바른 생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풍파많은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기질과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교 담임은 1년 맡으면 끝나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평생담임이라고 학부모총회때마다 강조했다. 자녀 교육에 이제는 남다를 관심을 보여야 할 때다. 우리 학생들 다 잘한다. 그러나 한두명이 분위기를 흐려놓는다. 그 한두명도 우리 학생이기에 모른체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지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