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학이시습당

삭비문을 나서는 나를 위로하며

등경 2020. 12. 11. 20:55












삭비문을 나서는 나를 위로하며

2학기 기말고사 마지막 날 마지막 시험을 보고 삭비문을 나서다. 시경이 마지막 시험이었는데 감독 교수님이 수고했다고 우리를 위로하고 1년 잘 버티라고 하신다.

시내버스를 타려고 천변 쪽으로 가는데 무조건 걷고 싶은 맘이 든다. 다른 시람이 나를 위로해줘도 되나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든 시험이 끝나 나를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다.

지난 중간고사 때도 마지막날 그때도 천변길을 걸었었다. 지금은 겨울이지만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따뜻한 날씨다.

올핸 특별한 해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나는 해다. 내년도 기약이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해다. 그런데 이렇게 책과 씨름하는 것도 의미가 클듯 하다.

작년엔 꼬박 일년내 다녔는데 올핸 두 과목 대면 두 과목 영상이었다. 그래도 월수금 오전 삼경 스터디를 해서 영상으로 듣는 과목도 어느 정도 학습량은 확보를 한 셈이다.

시험을 잘 보고 못보고는 상관이 없다. 못난 자의 변명일지 모른다. 어제 본 고문진보 과목은 꽝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못본 시험도 없다.

어찌됐든 시험이 끝나니 속은 후련하다. 걷다 보니 한벽루까지 가다. 다시 돌아 오연서 향교에서 국립무형유산원으로 가는 다리에 꽂힌 깃발이 펄럭인다.

올 한해 내 마음의 많은 깃발도 시시때때 펄럭이다. 어떤 때는 희망의 깃발이 어떤 때는 좌절의 깃발이 기쁨 또는 불만의 깃발도 시시각각 변하면서 흔들렀으나 결국은 마지막 종착역에 도착한듯 싶다.

남천교의 야경이 멋지다. 흘러가는 냇물에 비친 야경 또한 詩的이다. 길가의 억새도 하얀 얼굴을 보이며 반기고 맞아준다.

시험 보기 일주전에 도서관을 찾았다가 코로나로 다시 문이 닫한걸 확인하고 집에서 공부하다. 나는 나지만 아내가 고생을 하다. 오늘은 아내가 왜 내가 시험공부생 되어야 하냐고 우스개를 한다. 내가 공부를 하다 보니 TV도 마음껏 못보다. 배려해준 아내가 고맙다.

걷고 보니 약 40분 걷다.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다시 다짐해본다. 이제 방학이다. 내년 3년 과정을 밟기 전 한문 독해력을 키워 보자.


2020.12.11

#삭비문 #기말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