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모에게 별미를
청솔모에게 별미를
어제 아침 일어나니 식탁 위에 찐밤이 놓여 있다. 겨울도 아닌 오월에 밤은 특별한 것이다. 알고 보니 지난 가을 건지산에서 주어온 밤이다.그 밤을 냉장고에 깊숙히 들어 있던 밤을 냄비에 쪄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찐 밤을 청솔모나 다람쥐 먹으라고 산에 던져 주란다. 찐 밤을 가져다 먹어 보니 맛이 없다고 하지만 먹을만 하다. 좀 까먹고 산에 던져 주기로 맘먹다.
오늘 건지산을 가면서 검은 비닐 봉지에 담아 길을 나서다. 거의 다 내려오면 밤나무가 많고 그 주위엔 청솔모가 산다. 자주 보는 청솔몬데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서 좀 들어가 밤나무 밑에다 뿌려 놓다. 처음엔 아무데나 던지려다 한곳에 모아 놓기로 하다. 가을이 아니라 밤 줍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하기에 이 밤은 청솔모가 먹을 것을 확신한다.
가을엔 밤나무나 상수리 나무가 수난을 당한다. 밤이나 도토리 열매를 맺으니까 사람들이 주워 가기를 경쟁한다. 떨어진 것만 주으면 얼마나 좋으랴. 나무에 달린 밤 도토리를 따기 위해 돌로 나무를 친다.
나는 밤이나 도토리를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밤이나 도토리를 보면 숲 안으로 던져 넣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 많은 사람들이 도토리를 줍기에 어느 날 나도 덩달아 주었다. 그 밤 이다.
올해도 밤도 열리고 도토리도 열린다. 작년 늦가을에 작은 포스터가 나붙다. 밤이나 도토리는 동물들의 겨울 앙식이니 주어 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반가왔다. 올해 일찍 건지산에 이 포스터가 나붙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