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기말고사
1학기 기말고사
소파에 누웠다가 일어나 보니 11시 반이다. 침대로 들어가 자려다가 너무 억울하기도 해서 몇 자 적어보려고 오랜만에 컴 앞에 앉다.
오늘은 1학기 마지막 날이다. 정말 기다렸던 날이다. 1학기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멋지기는 커녕 별 오만 생각에 마음만 많이 헝클어졌다.
그것도 그럴 것이 오늘 맹자를 마지막으로 1학기를 보냈는데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보다는 자퇴라도 하고 싶었다. 오늘 시험은 맹자 시험이다. 생각보다 너무 엉뚱하게 문제가 나왔다. 문제 출제하는 것은 교수의 마음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수험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인지 내가 공부를 안 한 것을 원망하는 게 아니라 출제한 교수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공부를 아예 안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도 안든다. 이번 시험은 중간고사를 거울 삼아서 그래도 나름 준비한다고 한 것이다.
지난 주 6월 6일은 현충일이라 휴강까지 해서 다른 과목과 달리 약 이틀을 맹자만 했다. 맹자 과목은 공손추 상하여서 쪽수만도 180쪽이다. 지난번 보다 공부는 도서관을 쫓아다니면서 밤 늦게까지 눈비벼 가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6문제 중 대충 이라도 쓴 것은 세문제다. 나머지 두 분제는 백지로 내면 수험생으로서 태도가 아닐 것 같아서 문제 아래 낙서한 격이나 마찬가지이다.
7시 반이 넘어선데 상당수 학생이 그대로 시험을 본다. 난 더 이상 버틸 용기도 없었다. 모르는데 그냥 양심상 일어나야지 하고 답안지를 내밀고 교실을 나서는 데 아무런 감흥도 없다.
그래도 문제를 풀었다면 뿌듯한 마음아리도 들어야 할텐데 모멸감만 든다. 너 그만 두라는 마음 속의 명령이다. 너무도 수치스럽기도 하고 허탈해서 나도 모르데 경기전 담을 걸어가다 홍지서림에 들르다. 많이 생각하다
그만 둘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다. 방학 동안에 생각해볼 일이다. 2학기 등록을 할까 아님 그만 둘까 그런데 너무도 억울하다. 끝까지 가야하겠지.
사람들은 시험이 사람을 시험들게 한다는 데 그런 시험들지 않았으면 한다.
시험 보기 전만 해도 멋지게 마무리하고 방학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공자님 말씀도 책임을 남에게 구하지 말고 자기에게서 찾으라 했으니 나 쪽에서 찾아보자.
좋은 꿈꾸고 잠이나 자자. 굿바이 1학기 기말고사여~~~~~~~~~~~~~~~~
2019.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