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입학식
또 하나의 입학식
오늘은 특이한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 연수과정에 입학하는 날이다. 내가 이 나이 들어 어느 과정에 입학하리라고는 생각하질 못했다.
입학식은 어릴 적 학교를 입학할 때 설렘으로 맞이하는 인생의 중요한 행사였다.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인생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된 기분이 들었다. 교사로 살았을 때는 나와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제자들을 또 다른 세계로 내보냈다.
퇴직하고 나서 2년여를 그냥 보내다. 퇴직 후엔 무슨 일을 할까 망설이다가 비교적 쉽게 결론을 내리다. 첫 번째는 공부, 운동, 취미활동 그리고 봉사할 수 있는 하기로 결정했다. 한옥마을에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을 들락거리다가 지난 1월 시험을 보고 정식으로 고전번역교육원 연수과정에 입학했다.
입학식은 11시 시작되었다. 3년 과정을 마친 졸업생과 같이 진행되었다. 상당히 의미 있었다. 서로 오고 가는 과정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 과정은 고전번역 전문가 과정을 밟는 길이기도 하지만 나는 순수하게 고전을 통해서 인생의 풍성한 삶을 살고자 하는 뜻이 더 강하다. 축사를 해주시는 교수님들이 요즘 외면받고 있는 한문 공부를 좋은 의미에서 덕담을 해주면서 끈기와 노력으로 성실하게 이 과정을 마치기를 염원해주셨다.
졸업생 답사가 진행되는 순서에서는 졸업생들이 뜻을 가지고 시작은 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여러 어려움에 봉착하여 고민했던 흔적들을 더듬어 보면서 어려웠던 일들을 고백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냥 세월이 가면 졸업을 한다는 등식이 아니다. 입학에서 졸업까지는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과 수고와 노력을 요구할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자발적으로 택한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련다.
이번 시험을 보면서 교양과 학문의 길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다. 시험지를 놓고 답을 못내놓은 순간에서는 얼마나 많은 자괴감과 수치심이 드는지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느낄 수 없는 것들이었다.
12시 10분 졸업식과 입학식을 마치고 근처에 있는 음식점에서 회식을 하다. 회식 자리에서는 우연히 2년 3년 선배들이 주위에 앉아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한 분은 자주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을 대화하기 전에는 근처에 사는 분인 줄 알았더니 전남 장성에서 유학을 오셔서 전주향교 기숙사에서 학문에 정진 중이다. 또 한 분은 쉽게 공부하지 말라 한다. 번역본을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아예 쳐다 보지 말라고 한다. 유념해보기로 하다.
다시 고번연으로 들어가서 오리엔테이션을 받다. 열심히 해서 졸업을 하라고 한다. 중도 탈락하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학문의 길을 정진하라고 한다. 한문 공부는 그렇게 만만한 공부가 아니라고 한다.
가방을 들고 이런 저런 생각에 젖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다. 다음 주 부터는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한다. 남들도 다 하는 것 나도 할 수 있다 생각하고 즐기면서 해보자~~~~~~
2019. 2. 20